아무도 로봇주라 하지 않던 시선AI, 피지컬 AI 데이터 3년 전 만들었다

– 시선AI 子 유온로보틱스, 2023년 NIA 국가과제서 파지 성공·실패 라벨링 데이터 34억 규모 구축
– 산업부 초격차 과제로 Sim-to-Real 3년째 수행…냉장 물류 오더피킹 KTL 공인시험 통과
– 시장 분류는 여전히 ‘얼굴인식 기업’…피지컬 AI 종목 목록에는 아직 이름 없어

피지컬 AI(Physical AI) 경쟁의 승부처가 모델에서 ‘행동 데이터’로 옮겨가고 있다. 로봇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집고, 어디서 실패했는지를 기록한 데이터가 없으면 모델을 학습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이 데이터를 가장 먼저 구축한 곳은 로봇 제조사도, 대형 AI 기업도 아니다. 그곳은 시장이 오랫동안 AI 얼굴인식 기업으로만 분류해 온 코스닥 상장사 시선AI(340810)와 그 자회사다.

글로벌 업계에서 피지컬 AI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수집 센터와 로봇 훈련소를 만들기 시작한 지금, 이미 상용화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피지컬 AI를 통해 고품질 산업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는 시선AI와 유온로보틱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올해부터 본격화된 행동 데이터 확보 경쟁

행동 데이터 확보 경쟁은 올해 들어 본격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마음AI는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고 3월 개소했다. 이 센터는 연간 약 300TB 이상의 산업 현장 학습 데이터를 생산·축적하는 인프라로, 회사는 이를 통해 단순 영상 저장이 아니라 로봇의 판단-행동-환경 상호작용 로그가 통합된 구조화 학습 데이터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반복 실패와 예외 상황까지 포함한 행동 데이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NC AI는 30일 씨메스로보틱스와 피지컬 AI 기반 공동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산업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AI 학습과 시뮬레이션에 활용하고, 학습된 모델을 다시 로봇 시스템에 적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학습 데이터 확보 및 Sim-to-Real(시뮬레이션-현실 전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씨메스로보틱스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 회사들이 지목한 피지컬 AI의 숙제와 현장의 병목은 정확하다. 다만 올해 발표된 이 두 사례는 모두 아직 시작 단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 시선AI·유온로보틱스, 3년 전 행동 데이터 구축…국가 검증까지 완료

시선AI는 로봇 부분 자회사 유온로보틱스가 자회사로 물적분할하기 전인 2023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 참여해 물품 파지 및 로봇 행동 데이터를 구축했다. 사업 규모는 총 34억원이다. 당시 기획된 방법론은 현재 논의되는 구조와 같다. 다양한 사물에 로봇이 파지를 시도하고, 그 결과를 성공과 실패로 라벨링해 딥러닝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구축된, 실패 데이터를 포함한 행동 기반 데이터셋 규모는 3D 100종 15만 개, 소형 200종 20만 개다.

시선AI와 유온로보틱스의 수집 범위는 데이터에 그치지 않았다. 촬영 대상 물품 준비와 로봇-센서 캘리브레이션, 수집용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멀티모달 데이터 시간 동기화, 센서 오류 검출, 어노테이션, 전공정 자동화 검수 및 전수조사, AI 모델 적용을 통한 학습 데이터 유효성 검증, TTA 검증, 최종 가이드라인 제시까지 전 주기를 담당했다. 데이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만드는 방식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 2024년부터 정부 과제로 Sim-to-Real 개발 추진

유온로보틱스는 2024년부터 산업통상부 주관 차세대 첨단로봇 초격차 기술개발 사업에 세종대학교·KAIST와 공동 참여하고 있다. 총 57억원 규모로 2028년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의 목표는 학습되지 않은 물체를 임의의 그리퍼로 파지·조작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다. 대규모 가상 데이터 생성 기술 개발과 실환경 전이(Sim-to-Real) 통합 시스템 실증이 세부 과제에 포함됐다. 최근 몇몇 기업이 협약 등으로 착수 단계에 진입한 이 과제를 유온로보틱스는 2024년부터 정부 사업으로 수행해 온 것이다.

현장 검증 레퍼런스도 축적했다. 회사는 4℃ 이하 냉장 풀필먼트 환경의 로봇 오더피킹 실증에 대해 KTL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공인시험 받아, 동시대응 품종 수, 개당 처리시간, 갠트리 이동속도, 상품 오배송률 등 주요 지표에서 요청 규격을 충족했다. 제3자 시험기관의 공증은 협약이나 시연 단계보다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지난해 4월부터 성주월항농협 산지유통센터(APC)에서 진행한 컨베이어 이동속도 20m/min 조건의 참외 소포장 자동 적재 시스템 실증도 최근 성공적으로 마쳤다. 농산물은 모양과, 크기, 놓인 방향 등이 일정하지 않고, 파지력이 너무 세면 상품이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범용 로봇을 적용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꼽힌다.

박영룡 유온로보틱스 대표는 APC 실증 착수 당시 “농업계 물류 자동화 시장은 경쟁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블루오션”이라며 “배, 사과, 감귤, 방울토마토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해 비정형 객체 인식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회사는 하이드로겔 마스크팩 포장 자동화 시스템에 대해서도 현장 실증을 마치고 양산 설계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에서 시작된 13년 공공시장 독주

모회사 시선AI의 이력도 짧지 않다. 2013년 시선AI(당시 씨유박스)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자동 심사대 구축사업을 수주했고, 2014년에는 몽골 울란바타르 칭기즈 칸 국제공항 출입국관리시스템 현대화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후 국내 모든 공항과 여러 항만의 자동 출입국 심사대, 세종·과천·서울·대전 정부 4대 청사 얼굴인식 시스템을 구축하며 국내 공공분야 얼굴인식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조명이 통제되지 않고 각도가 매번 달라지며 대상이 멈춰 있지 않는 폐쇄 현장에서 13년간 시각 데이터를 축적한 셈이다. 특히 외부 기업이 접근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이 이 데이터의 가치를 보여준다.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의 검증을 통해 성능도 입증했다. 시선AI는 2021년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얼굴인식 알고리즘 테스트(FRVT) 5개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약 80개 글로벌 기업이 평균 3~4개 이상의 알고리즘을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당시 시가총액 14조원 규모의 중국 센스타임과 일본 NEC, 프랑스 아이데미아까지 모두 제친 결과였다.

연산 자원은 자체 보유하고 있다. H100 128장, A100 80장, A10 80장 규모로, 단일 GPU 클러스터로는 국내 17위 수준이다. 임직원 56명 규모 기업이 갖추기에는 이례적인 규모다. 시선AI는 강력한 GPU 인프라를 바탕으로 데이터 수집부터 정제, 가공, 학습, 추론까지 전 주기를 자체 MLOps로 운영하며, 모델 학습을 외부에 위탁하지 않는다. 행동 데이터는 3년 전에 구축했으나, 이를 학습시킬 인식 엔진과 연산 자원은 그보다 10년 앞서 확보한 것이다.

로봇 하드웨어 만들지 않아도 명실상부 로봇 기업…시장의 재평가 기대

시선AI는 지난해 1월 물적분할을 통해 로봇 부문 자회사 유온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시선AI가 86.40%의 지분을 보유하며, 대표를 비롯한 KAIST 박사 3인이 유온로보틱스를 이끌고 있다. 얼굴을 식별하던 엔진은 로봇이 비정형 물체를 인식하고 파지하는 기술로 확장됐다.

지난 4월 시선AI와 유온로보틱스는 한화로보틱스, 농협정보시스템, 모든솔루션과 농협 APC의 AI 전환 및 로봇 자동화 사업 추진을 위한 5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선AI는 로봇의 비전 인식 알고리즘,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 하드웨어, 유온로보틱스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의 제어 및 상호작용을 담당한다. 농협정보시스템은 시스템 통합을, 모든솔루션은 플랫폼 운영을 지원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스마트 APC 100개소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AI에 대한 시장의 분류는 여전히 인색하다. NIST에서의 우수한 성적 획득이나 금융권 안면인증 시스템 확대 국면에서 특징주로 언급되면서, 늘 ‘언굴인식 기업’으로만 불려왔다. 피지컬 AI 관련 종목이 거론되는 자리에 시선AI의 이름이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다. 시선AI와 유온로보틱스는 로봇 하드웨어를 제작하지 않고, 휴머노이드를 전시하지 않으며, 협약 보도자료를 자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유로 시장의 외면을 받는다면, 시장의 판단에 아쉬움이 있다.

행동 데이터를 기준으로 본다면 타사와의 시점 차이가 분명하다. 마음AI가 생산 인프라를 가동한 시점은 2026년 2월, NC AI와 씨메스로보틱스가 협약을 체결한 시잠은 2026년 7월이다. 시선AI(現 유온로보틱스)가 파지 성공·실패 라벨링 데이터를 구축하고 TTA 검증까지 마친 시점은 2023년이며, Sim-to-Real 과제를 위한 정부 사업에 착수한 시점은 2024년이다.

물론 2023년 구축 데이터의 절대 규모는 오늘날 기준으로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3D 100종과 소형 200종은 범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 충분한 양이 아니다. 연 300TB 규모의 생산 체계가 본격 가동되면 축적 속도에서 역전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선행이 가지는 의미는 데이터 양이 아니라 라벨링 체계와 검증 파이프라인을 먼저 확보했다는 데 있다. 유온로보틱스의 스마트 APC 시스템이 개소 단위의 실증을 넘어 다수 현장 동시 배치로 확장된다면 선행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